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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올라야 정상인데... 곤두박질 미스터리

뉴욕=나지홍 특파원, 최규민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10-15 10:53

중동 불안하면 기름값 상승하는데 배럴당 85.04달러... 4년새 최저
14일(현지 시각) 런던 거래소에서 국제 유가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전날보다 4.3% 폭락한 배럴당 85.04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 11월 이후 4년래 최저 수준이다. 7월까지만 해도 110달러 선을 드나들던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석 달간 20%가량 급락했다.

한국 등 아시아의 주요 원유 공급원인 두바이유 가격도 201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87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국제 유가의 급락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고 있는데 공급은 오히려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알리 알 오마르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최근 국영 통신사 인터뷰에서“76~77달러까지 떨어져야 가격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석 달 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급속히 세력을 넓혀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때문에 100달러 선인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반대다.

그사이 국제 원유 시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유가의 드라마틱한 하락 반전에는 수요와 공급 외에도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수요는 감소하는데 공급은 늘어

급격한 유가 하락은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IEA는 14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하루 원유 수요가 9240만 배럴로, 지난달 전망치보다 2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경제의 침체와 중국 경제의 둔화로 원유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공급은 중동의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내전 때문에 석유 생산시설이 파괴됐던 이라크와 리비아 등이 석유 생산을 재개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 회원국의 지난 9월 생산량은 최근 13개월간 최고인 하루 3066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생산량을 하루 970만 배럴에서 107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생산량을 낮추기 보다는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경쟁자들을 밀어내 겠다는 계산이다.

공급 증가에는 미국도 한몫 크게 거들고 있다. 셰일가스 붐으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1986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칼 쥔 미국, 유가로 적대국 길들이기

유가 폭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원유 수출로 먹고사는 미국의 적대국들이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아랍의 석유 금수(禁輸)조치로 호되게 당했던 미국이 이제는 거꾸로 원유를 무기 삼아 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국가 세수(稅收)의 45%, 수출의 3분의 2를 원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 원유가격 하락은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배럴당 100달러를 기준으로 내년 예산을 짜놓은 러시아 경제에 유가 하락이 가장 큰 위협 요소”라고 전했다.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인 이란도 유가 하락에 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현재 80달러대의 유가 수준에도 흑자재정을 달성할 수 있는 나라는 쿠웨이트·UAE 정도에 불과하다. 이란은 국제 유가가 140달러 수준이 돼야 재정적자를 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유가가 하락할 때면 세계 원유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 회원국들이 담합해 가격을 끌어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 앞에서 산유국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식으로 원유 증산과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단단하던 OPEC의 공조체제가 깨지면서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은 아직도 셰일가스를 생산할 여력이 충분하다. IEA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는 기술 발전과 대량 생산 덕에 브렌트유 가격이 80달러까지 떨어져도 이익이 남는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동 사태로 원유값이 급등했던 1·2차 석유파동과 달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차원이 다른‘유가 전쟁 3.0’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기업 울고 항공사들 웃고…엇갈리는 희비

원유 가격 하락에 국가뿐 아니라 기업들 간에도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론 같은 미국의 대형 정유사들은 주가가 연일 급락하고 있고, 에너지에‘몰빵’투자한 헤지펀드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WSJ는 헤지펀드들이 일부 인기 종목만 좇아 투자하는 습성 때문에 일부 회사들은 이달 들어서만 10% 넘는 투자 손실을 보았다고 전했다.

반면 전통적인 유가 하락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운송 업종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각각 5.1%, 1.4% 올랐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최규민 기자


→유가 전쟁(oil price war) 3.0
제1차 오일쇼크(1973년) 및 제2차 오일쇼크(1979년)에 이어 이번에 유가가 크게 출렁거리는 현상을 말한다. 1, 2차 쇼크 때는 중동발 전쟁 등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어 원유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전 세계 수요가 급감하는데 공급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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